건 의 문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의 동아리 ‘우리들이 사는 세상’과 제주제일고등학교의 동아리인 ‘Why&How’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들입니다. 저희는 제주의 학생으로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서명운동, 청원 참여, 의정 체험 프로그램 참여와 학생인권조례TF 구성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 정치 참여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나라와 제주의 청소년 참여 현황에 대해 조사해 보았고, 그 결과 우리 제주 청소년참여의 바탕이 청소년의 참여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청소년 의견반영을 위해 청소년인권조례TF가 결성된 점, 그리고 기존 청소년 참여위원회가 과제제안에 머물러있다는 점에서 참여 기회 부족과 형식적인 기존 참여위의 운영방식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저희는 청소년 주도적인 ‘청소년 의회’의 설립을 건의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청소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참여 활동은 청소년의 시민성과 공동체 의식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옵니다. 또한 청소년은 참여활동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등의 다양한 사회적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정치참여는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감”, 즉 내적 정치효능감을 높여주고 청소년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 스스로를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참여를 통해 ‘좋은 시민’이 되는 법을 배운 청소년은 공공의 문제에 대한 시민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주에도 모의의정 체험과 경연대회와 같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참여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체험활동이기 때문에, 실제 의견수렴보다는 청소년 민주교육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참여의 종류로서 보기 어렵습니다. 또 대회라는 틀 안에서의 선택적인 참가는 전체 청소년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참여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여기구는 모의의회에서 보이는 청소년들의 참여 욕구를 해소하고 좋은 의견을 수용해줄 수 있는 형태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표성을 지닌 참여기구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공적인 영역까지 닿게 할 수 있어 청소년의 의견에 정책적 실효성을 더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층의 대부분이 학업에 바쁜 학생이기에 일정 조율이 가능한 학생주도의 기구는 이들의 참여를 더욱 촉진시킬 것입니다.

여태껏 다양한 형태의 참여기구가 있었지만 저희는 의회가 그중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참여기구가 자문과 모니터링에 주력하여 청소년의 역할을 제한했다면, 의회는 새로운 정책 수렴에 관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도 정치 신뢰도와 내적 정치효능감에서 청소년의회에 참여한 청소년이 다른 유형의 참여활동을 한 청소년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청소년 참여가 시민성 함양에 미치는 영향, 김명정, 2009). 이는 청소년의회가 참여활동 중에서 가장 큰 시민 교육적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015년에 성남시에서 청소년의회를 설립하였고 현재 청소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성남시 청소년행복의회는 그전 해에 처리된 성남시 청소년행복의회 조례를 기반으로 설립된 청소년 주도의 의결 기구입니다. 행복의회는 지난 12월에 열린 본회의에서 ‘성남시 청소년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및 민주시민교육센터 설립 조례’, ‘성남시 청소년 성문화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성남시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 개정’,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성남시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환경 디자인 조례 개정’, ‘성남시 안전귀갓길 조성’ 등의 조례의 가결 처리 등의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기존 참여 기구들과는 달리 청소년이 직접 정책안을 본회의에 상정, 논의 및 의결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결과적으로 청소년과 지역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위 내용들을 비추어 저희의 청소년의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청소년의회는 참여기구 역할의 대부분을 포괄하기 때문에 기존 참여기구(청소년참여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상실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학생 신분의 청소년이 의회 구성원 중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에, 균형 있는 의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와 협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학생생활 규정 징계 기준표에 ‘학생 신분에 어긋나게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학생’을 징계기준으로 남겨두고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혹은 의회활동이 학교의 연간 일정과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와의 논의를 통해 의회 활동의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만 합니다.

청소년의 정치참여 문제는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우려와 걱정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정치의식이 올바르게 잡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비로소 그 다음 미래 세대의 정치참여 의식의 구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제주도 도정과 도의회의 협의를 통해 지역에 알맞은 청소년의회를 구축하여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확대해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은 교육적 효과를 도모하고, 정책 차원에서는 실효성을 증대하여 세대적 공감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청소년의회’를 설립함으로써 우리 제주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끝까지 저희의 건의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우사세 고민서, 고진아, 김민주, 김지은, 양난경, 오현수, 채혜원, 한솔

제주제일고등학교 W&H 강동하, 강승우, 강원준, 강제윤, 고지훈, 김윤준, 김재헌, 김태형, 제주제일고등학교 홍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