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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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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시 장이지 / 시평 현택훈

시로읽는제주 (입력일 : 2019-05-22)

가파도

 

가파도

 

장이지

 

낮은 하늘엔

움직이지 않는 구름.

하얀 길이 보리밭을 부둥켜안고 떼를 쓰고 있었다.

 

육지에서 도망쳐온 그리움은

그 길의 속까지 따라와 있었다.

선충(船蟲)들이 까맣게 쫓아와서는

사람의 형상을 지었다가,

 

뒤돌아보면

허물어지고

허물어지고 하였다.

 

막걸리를 몇 잔째 마시고는,

막 건져올린 것이라며 해녀가 건넨 성게에

오히려 목이 말랐다.

 

론도의 길을 돌고 돌다가

남의 집 돌담 밑에 핀 수국 향기가 어지러워

바다의 한 귀퉁이를 게워내어도……

 

 

 

장이지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레몬옐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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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가파도에 가보았다. 거의 7년 만이었다. 섬은 그대로이고, 사람들이 꽤 많이 늘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시간이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청보리 축제가 끝물이었다. 이미 누렇게 익어버린 보리밭 앞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장이지 시인도 언젠가 가파도에 다녀온 모양이다. 가파도에 갔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며, 더 목이 마르고 어지러운 모양이다. 아마도 시인은 술이 약한 것 같다. 막걸리 몇 잔에 “바다의 한 귀퉁이를 게워낸”다. 술이 약하다는 건 이 세상에 부딪칠 방안이 부족한 모습이다. 더욱이 “육지에서 도망쳐온 그리움”에 이미 대취한 시인이다./시평-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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