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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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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반천길

시 현택훈 / 시작노트 현택훈

시로읽는제주 (입력일 : 2019-05-14)

솜반천길

 

솜반천길

 

현택훈

물은 바다로 흘러가는데

길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솜반천으로 가는 솜반천길

길도 물 따라 흘러

바다로 흘러가지요

아무리 힘들게

오르막길 오르더라도

결국엔 내리막길로 흘러가죠

솜반천길 걸으면

작은 교회

문 닫은 슈퍼

평수 넓지 않은 빌라

솜반천으로 흘러가네요

폐지 줍는 리어카 바퀴 옆

모여드는 참새 몇 마리

송사리 같은 아이들

슬리퍼 신고 내달리다

한 짝이 벗겨져도 좋은 길

흘러가요

종남소, 고냉이소, 도고리소,

나꿈소, 괴야소, 막은소......

이렇게 작은 물웅덩이에게

하나하나 이름 붙인

솜반천 마을 사람들

흘러가요

 

 

현택훈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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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내, 솜반내, 솜반천 등 부르는 이름이 많다. 서귀포 사람이라면 솜반천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름이면 그곳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게 된다. 처음엔 그 마음이 좋았다. 솜반천 물웅덩이마다 이름을 붙인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좋았다. 아마도 물웅덩이에서 빨래를 하거나 놀고 있으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이리라.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된 것처럼 제주 마을에서는 물이 중요하다. 그 중요한 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솜반천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은 모두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작은 물웅덩이에도 다 이름을 붙인 것처럼 그 작은 것들에게 소중하게 여기며 이름을 다 붙이고 싶었다. 실제 이름이 다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름이 있는 우리 모두 소중한 물과 같은 귀한 존재다.

(시작노트 - 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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