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 기고

인쇄

멀티플레이어가 된 사회복지사

송장희 / 스마트커뮤니티센터 총괄팀장

전문가 기고 (입력일 : 2019-05-07)

멀티플레이어가 된 사회복지사

 

멀티플레이어가 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2) 전문가의 일상

 

송장희

스마트커뮤니티센터 총괄팀장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사인 나 스스로는 전문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설문지나 인터넷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을 묻는 질문에 전문직에 체크해야 할지 서비스업에 체크해야 할지 아니면 기타(사회복지사)로 써야할지 망설일 때가 많다. 더군다나 나는 삼수에 걸쳐 어렵게 따낸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10년이 훌쩍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전문가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슬픈 자괴감이 든다.♣

 

사회복지사 초년시절 주변 선배들로부터 “사회복지사는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가 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 마치 진리처럼 회자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회복지사들은 멀티(multi-)로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사회복지사가 소위 프로그램이라는 업무를 하나 맡게 되면 진행에서부터 홍보물 제작, 자원봉사자 모집, 후원개발, 송영(?)까지 혼자서 도맡아 하는 것은 사회복지사의 일상 업무다. 더군다나 이렇게 패키지로 된 업무를 두어 개쯤은 기본으로 담당하고 있으니 멀티 플레이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거기에다 남자 사회복지사라면 시설관리 업무가 추가될 수 있다. 소방안전관리, 엘리베이터 관리, 차량관리, 컴퓨터수리(?)...... 이마저도 남자가 귀한 곳에서는 있는 사람들끼리 나눠서 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나도 10년이 넘도록 멀티 플레이어의 삶을 살아서 그런지 요즘도 가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팔을 걷어 부칠 때가 많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날두(유벤투스)와 메시(FC바르셀로나)는 안다. 다른 건 몰라도 골 하나 만큼은 잘 넣는 전문공격수, 일명 ‘골잡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 같은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로베르토(FC바르셀로나), 램지(아스널), 제라드(리버풀)와 같은 선수들은 잘 모른다. 웬만큼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모를 낯선 이름의 선수들이다. 로베르토, 램지, 제라드는 유럽축구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멀티플레이어들이다. 이 선수들은 공격에서부터 수비까지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이다. 다시 말해 축구를 엄청 잘하는 선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호날두와 메시는 잘 알면서 축구를 엄청 잘한다는 램지와 제라드는 모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멀티플레이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어는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다재다능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전문 주특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멀티플레이어의 존재가 팀에서 그 포지션을 소화할 선수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서 자칫 팀 전력이 노출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축구는 한 팀에 11명이 뛰는 경기다. 호날두와 메시처럼 맨 앞에서 골을 넣는 공격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원의 미드필더와 수비수, 골키퍼까지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함께 뛴다. 11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냈을 때 그 팀은 승리할 수가 있다.

 

이렇듯 축구장에서나 있을 법한 멀티플레이어가 사회복지사의 일상에서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것은 어딘가 많이 어색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배들이 나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한 것은 전문가가 되길 바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말이 좋아서 멀티플레이어지 실제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부려먹기 좋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선배들은 항상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전문가는 특정분야에서 전문기술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말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축구에서도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는 것은 팀이 위기 상황일 경우에 잠깐 일뿐이다. 유능한 공격수라면 평상시 수비는 전문 수비수에게 맡기고 그동안 힘을 비축하면서 골찬스를 노리는 것이 전문 공격수다운 모습이다. 사회복지사도 전문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사에게 멀티플레이어 만큼이나 많이 회자되는 말이 ‘소진(burn out)’이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소진이 사회복지사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소진은 멀티플레이어에게 마치 합병증처럼 쉽게 찾아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분장이 기능적으로 할당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주어지다보니 개인의 멀티(?)역량에 따라 성과가 차이나고 그만큼 업무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일은 일대로 많고, 시시때때로 이런 일 저런 일 주어진 대로 하다 보니 야근은 밥 먹듯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항상 예산부족을 핑계로 적절한 보상은 없다보니 소진은 기본이고 정체성 혼란까지 덤으로 찾아온다.

 

사회복지사 소진의 원인은 역량부족이 아니다. 멀티플레이어를 강요하는 우리의 고질적인 업무관행 때문이다. 정체성 혼란의 원인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의 역량을 강화한답시고 한 쪽에서는 홍보, 모금, 회계 등과 같은 멀티플레이 교육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예방하고 힐링을 한답시고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있으니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딱 맞다. 뭐든지 잘 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도리어 소진만 더 빨리 찾아 올 뿐이다. 우리 스스로 멀티플레이어가 되면 전문가이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로서 사회복지사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전문가의 길이다.

목록

콘텐츠 관리부서 : 민원홍보담당관 담당자 : 김형미 (☎ 064-741-2285)